청명한 여름 날씨였다. 핀은 115야드 전방 푸른 그린 위 홀컵에 꽂혀 있었다. 9번 아이언을 잡고 어드레스 자세를 취했다. 그때 문득 흰 바지 엉덩이 부위에 잠자리가 앉았다. 그러나 막상 본인은 잠자리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공이 구르더니 홀컵 2㎝ 앞에 멈췄어요. 그린이 약간 오르막이어서 더 굴러갈 수가 없었죠. 그런데 1, 2초가량 멈춰 있던 공이 또르륵 더 굴러 홀컵으로 사라지는 거였어요. 마치 홀컵이 빨아들이는 것 같았죠.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어요.”
탤런트 박선영(40)씨는 2005년 7월16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 4번홀(파3·115야드)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당시의 순간들을 떠올리며 그는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같이 공을 치셨던 분들이 홀컵에 빠진 공을 보고 그제서야 모두 입을 모아 ‘그놈의 잠자리가 복잠자리다. 잠자리 덕을 본 것이 분명하다’고 말씀들 해주셨죠. 사실 전날 늦게까지 촬영을 했기 때문에 썩 컨디션도 안 좋았어요. 그래서 욕심도 내지 않았어요. 쇼트코스의 경우에는 그린 위에 일단 공을 올린 후 2퍼팅으로 파로 막는다는 생각으로만 공을 쳤는데 홀인원에 성공한 것이죠.”
1992년 MBC 21기 공채탤런트로 연예계에 데뷔해 영화 ‘가슴 달린 남자’(1993년 개봉)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박선영은 여자 연예인 중 골프 최고수로 통한다.
남자들이 공을 치는 레귤러 티에서 경기를 해 스코어카드에 적어낸 베스트스코어는 2006년 우정힐스에서 기록한 3오버파 75타다. 그러나 ‘레이디 티’에서는 3언더까지 기록했다. 드라이버 비거리는 240∼250야드로 웬만한 프로 뺨친다.
박씨는 1997년경 SBS TV의 한 일일드라마에 골프장을 즐겨 찾는 부잣집 딸로 출연하며 처음으로 클럽을 잡았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촬영을 위한 것이었지 실제로 공을 치는 것은 아니었다. 구입한 클럽도 그래서 집에 ‘소장품’으로 고이 모셔 놓았었다.
그러던차에 1999년 가을 후배를 따라 우연히 골프장을 찾았다가 그린 바로 앞 오르막 라이에서 4차례 ‘호미질’만 하며 망신을 당한 끝에 작심하고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골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특유의 운동신경이 빛을 발했다. 박씨는 고등학교 때까지 400m 달리기 선수였고, 동덕여대 체육교육학과에 진학해서는 농구를 전공했다.
“왜 농구나 야구, 필드하키 등을 한 분들이 골프도 잘한다고 하죠. 비거리도 많이 내고요. 제가 딱 그랬어요. 후배 앞에서 망신을 당한 후 그해 겨울 3개월 동안 매일 1시간씩 레슨을 받았죠. 그리고 이듬해 봄 후배에게 톡톡히 되갚아줬어요. 그리고 그해 여름 4오버파 76타(신안CC 레이디 티)를 치며 연습한 지 6개월 만에 ‘싱글 핸디캐퍼’ 로도 이름을 올렸죠.”
골프에 자신감이 생기며 박씨는 티샷장소를 ‘레이디 티’에서 한참 뒤에 있는 ‘레귤러 티’로 바꿨다. 한때 PGA투어에 도전했던 미셸 위처럼 남자골퍼들과 대등하게 경기를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동갑내기 절친인 김희정 프로가 드라이버 거리가 250야드씩 나는데 왜 레이디 티에서 치느냐며 화이트 티로 옮겨갈 것을 권했어요. 그 말을 따랐는데 또 6개월 만에 화이트 티에서 싱글을 기록했죠.”
박씨가 연예계 골프 고수라는 사실이 소문나며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골프전문채널에서까지 출연제의가 잇달았다. 지난 2008년에는 SBS골프채널에서 유응렬 프로와 함께 ‘레슨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레슨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저도 많이 배웠어요. 지금도 아마골퍼분들 보면 안타까운 게 많아요. 오른손을 전혀 안 쓰는 분들이 많은데 거리를 많이 내려면 오른손을 써야 해요. 보다 더 정확히 얘기하면 오른손 코킹을 어디서 풀어야 하는지 본인 체형에 맞게 체득해야 한다는 것이죠. 다운스윙 때 오른 팔꿈치가 배 앞으로 지나가야 스윙이 자연스럽고 슬라이스도 방지할 수 있어요.”
또 박씨는 전략적인 사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본인의 컨디션은 물론 그린상태나 페어웨이의 잔디, 핀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샷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스코어 관리도 마찬가지라고 박씨는 말했다. “골프의 매력은 진짜 무궁무진해요. 그래도 하나 꼽자면 결코 정복이 안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하나 더 있어요. 수입(?)도 쏠쏠하다는 건데, 세미프로들하고 내기 골프를 쳐도 거의 대등한 정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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