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투어 프로 생활을 했기 때문에 홀인원을 했다는 것은 큰 자랑거리가 아닐 거예요. 그래도 저처럼 홀인원을 많이 한 선수는 없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 갑자기 조사해 보고 싶은데요.”
2003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프로 생활을 접은 후 골프 관련 방송진행자와 대학강의 등으로 전업한 김희정(40·사진)씨는 골프에 입문한 후 무려 7차례에 걸쳐 홀인원을 했다. 그 중에서 투어 프로로 활동할 당시 기록한 홀인원은 지난 1997년 KLPGA 투어 대구 매일 여자오픈에서 달성한 것이 유일하고 2개는 동계훈련 중에, 또 나머지 4개는 투어 프로에서 방송진행자로 전업한 후 아마골퍼들과 라운드를 하며 이룬 것이다.
“첫 홀인원은 1992년 뉴질랜드 동계훈련 때 나왔는데 동료들에게 저녁밥만 사고 좀 얼떨떨하게 넘어갔죠. 제가 홀인원의 기쁨을 만끽한 것은 1997년 대구 매일 여자오픈에서 세번째로 홀인원을 했을 때예요.”
당시 김씨는 프로 입문 초년생이었다. 장소는 대구선산CC였고 홀인원은 140야드짜리 14번홀(파3)에서 나왔다. 7번 아이언으로 친 공이 ‘원 바운드’로 홀컵에 빨려 들어갔다.
“홀인원 상품이 승용차였어요. 사실 제가 차를 바꿀 때도 됐고 해서 경기 전날 전시된 자동차의 백미러에 침을 바르면서 ‘너 광고 보니 소리 없이 강하다며? 친구하자’라며 기도했는데 결국 홀인원을 한 것이죠. 제가 8위를 했는데 상금과 차값을 합쳐 우승상금과 비슷했던 걸로 기억해요.”
홀인원을 여러 차례 하면 ‘기적’ 같은 일도 벌어지는 모양이다. 2004년 경기 용인의 화산CC에서 이철 헤어커커 원장 등 지인들과 라운드를 했을 때였다. 7번홀로 200야드 파3홀이었다. 앞바람이 심했기 때문에 그는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드라이버를 잡았다.
“홀컵에 붙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홀이었어요. 2단 그린인데다 컵이 턱 바로 위 1m 지점에 있었죠.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드라이버로 평소대로 4분의3 스윙을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지더라고요. 2단 그린 밑의 턱에 떨어진 공이 1m 높이의 턱을 따라 굴러 올라가더니 홀컵에 빠지는 거예요. 앞조와 저희 팀 모두 환호성을 올렸죠.”
김씨가 가장 최근에 한 홀인원은 지난해 10월 충북 충주의 센테리움CC 5번홀이었다. 당시에도 지인들과 라운드를 했는데 ‘내기골프’였기 때문인지 초반에 홀인원이 나오면서 오히려 맥풀린 경기가 됐다고 한다. 내기를 할 때는 홀인원이 끝나갈 무렵에 나와야지 초반에 나오면 동반자들이 반갑기보다 부담과 함께 전의 상실에 빠지기 마련이다.
대학 사회체육학과에서 골프를 전공으로 선택하며 입문한 김씨는 1992년 첫 홀인원부터 시작, 3년(1992년, 1995년, 1997년, 2000년, 2003년, 2006년, 2009년)에 한번 꼴로 홀인원을 했다. 그만의 어떤 비결이 있을까.
“골프를 시작한 후에 막상 티 박스에서 홀인원을 욕심 내본 기억은 없어요. 단지 붙인다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그 순간에 집중해 편안한 스윙을 했죠. 굳이 테크닉적인 측면을 꼽자면 제가 짧은 거리에서 정확도를 요하는 어프로치 샷에 강한 편인데요. 화산CC에서도 드라이버로 거리 조절에 자신 있었어요. 평소에도 클럽을 여유 있게 잡고 컨트롤 샷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대부분 4분의3 스윙을 하면 아마골퍼들은 팔로만 공을 쳐내요. 그래서 치다가 마는 스윙이 되고 볼은 오른쪽으로 밀리게 되거나 덮어치게 되죠. 특히 그날은 앞바람이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티 높이를 낮게 하고, 공을 평소보다 오른쪽에 놓고 치면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 것 같아요.”
김씨는 1997년 투어 프로 생활을 시작한 후 2003년 선수생활을 그만둘 때까지 우승 기록은 없다. 그러나 2002년 강원 원주 오크밸리CC에서 열렸던 한국통신엠닷컴배 제22회 한국여자 프로골프 선수권대회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9언더파 63타(버디 7개·이글 1개)를 쳐내 1998년(64타) 박세리가 냈던 기록을 2년 만에 경신해 주목을 받았었다.
한편 2003년 결혼과 함께 투어에서 떠난 김씨는 서구적인 외모와 달변으로 인해 골프 전문방송의 진행자로 성가를 높였다. SBS골프아카데미를 비롯, MBC ESPN의 ‘엘로드 골프 챌린지’ 등의 진행자로 활약했고, 요즘은 골프 유관단체는 물론 대학 최고경영자(CEO) 대상의 골프강좌에도 단골 강사로 초청 받고 있다. 최근 한양대에서 생활스포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2011년 개교 예정인 한국골프대학의 교수로 현재 내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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