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 내기란 ‘약방의 감초’ 같은 것이다. 내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골퍼라면 “무슨 소리? 내기 때문에 골퍼들이 도매금으로 나쁜 소리를 듣는다”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기 없는 골프는 ‘팥소(앙꼬) 없는 찐빵’이나 다름없다는 쪽에 한 표를 던질 이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골프대회만 하더라도 상금 전액을 기부한다며 치러지는 이벤트성 스킨스게임은 아무런 흥미를 주지 않는다. 손에 땀을 쥐는 흥분은 두둑한 상금이 걸렸을 때 비로소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돈 잃고 속 좋은 이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개평이라는 ‘훌륭한(?)’ 제도가 있긴 하지만. 내기와 도박의 차이점을 아는가? 그것은 액수의 크고 작음에 따라 구분될 수도 있겠지만 개평이 ‘있고 없고’의 차이에서도 구별된다고 하겠다.
개평의 사전적 의미는 ‘노름이나 내기 따위에서 남이 가지게 된 몫에서 조금 얻어 갖는 공것’이다. 말이 공 것이지 몇 시간 전만 해도 내 수중에 있던 돈이 아니던가. 그래서 개평은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내기에서 패한 아픔을 어루만져 준다.
자 이제 본론으로 가자. 개평 많이 받아 내는 비법(?)이다. 개평에도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가장 기본은 우는 것이다. 설마 진짜 눈물을 흘리며 우는 것을 상상하는 골퍼는 없을 것이다.
“아내에게 맛있는 저녁을 사주기로 했는데 영 틀려 버렸네.” “왜 이렇게 공이 안 맞지? 난 내기를 하면 안 돼.” “다음부터 내게 내기하자고 하지 마, 알았지?”
이런 식으로 읍소하면서 상대가 도저히 개평을 내놓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정도로 안쓰럽게 만드는 작전이다.
물론 이때 조심해야 할 것은 상대가 짜증이 날 정도로 ‘너무 울면’ 안 된다는 점이다. 괜히 정말 기분이 나빠져서 안면몰수할 수도 있다. 아부나 아첨도 개평 받아내는 데는 훌륭한 방법이다.
도저히 역전시킬 수 없을 상황에 이르면 이제부터 가장 돈을 많이 딴 동료를 상대로 아부 전략에 들어간다.
이런 식이다. “형님은 어찌 골프도 잘 치시면서 매너도 이렇게 좋습니까?” 공이 빗나갔을 때에도 “형님은 평소 착한 일을 많이 해서 공이 살아 있을 겁니다.”
“왜 아부냐?”고 되물을 때 더욱 확실하게 밀어붙인다. “형님, 제가 언제 아부했다고 그러십니까. 저는 올바른 말밖에 하지 못합니다.”
이쯤 되면 제 아무리 목석 같은 동료라도 ‘개평이라도 두둑이 줘야지’ 하는 마음이 생겨날 것이다.
아부와 구걸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리. 원래 내 돈이었지만 그래도 개평을 받을 때는 공돈이 생기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사실 가장 확실하게 개평 뜯어내는 방법은 ‘올인’하는 것이다. 앞으로 남은 홀 동안 도저히 복구가 안 될 것으로 판단되면 그때부터 배판 삼배판을 부르면서 돈을 왕창 잃는 것이다. 혹시라도 내게서는 ‘눈 먼 버디’가 나오고 상대 3명은 나란히 ‘양파(더블 파)’를 깔지도 모를 일 아닌가. 어차피 역전이 되지 않더라도 돈을 많이 잃게 되면 개평도 두둑해지는 법이다.
이때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모르는 이를 상대로 이 방법을 썼다가는 정말 깡통 찰 수도 있다. 서로 잘 아는 사이에서, 도저히 많은 돈을 따고 잃고는 안 될 사이에서 쓰는 ‘배수(背水)’의 방법이다.
사실 내기는 그저 골프의 재미를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계륵’ 같은 것이다. 이미 내기에서 이긴 것으로 기분이 ‘업’ 됐다면 이번에는 개평으로 상대를 ‘업’ 시킬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골프에서 내기가 ‘약방의 감초’라고 인정하지 못하는 골퍼라도 내기에서 개평이 ‘약방의 감초’라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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