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진 기자
장한소리 칼럼니스트가 쉽게 풀어주는 골프 안의 심리학 이야기
골프만큼 정적이고 신사적이면서 예의를 중시하는 동시에 내면적으로는 피 말리는 혈투를 치러야 하는 종목이 있을까? 다들 알다시피 골프는 18개 홀로 이뤄져 있고 사실 상 18번의 혈투를 치러야 한 게임이 끝난다. 선수들에 의하면 경기가 진행될수록 점수가 누적되다보니 매 홀마다 느껴지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특히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지난 홀에서 한 실수가 자꾸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퍼팅에서 힘 조절을 잘못하는 바람에 실수를 했는데 그 다음 홀 그린에서 퍼팅을 할 때 그 장면이 다시 떠오르게 되고 그럼 그걸 또 의식하다가 같은 실수 혹은 더 큰 실수를 하게 된다. 결국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이다 보면 18홀을 다 돌 때 즈음에는 속은 시커멓게 타 버리고, 얼굴은 죽을상이 돼서 억지웃음도 안 나오는 상태가 된다.
일반 골퍼들도 가벼운 내기골프라도 했는데 계속해서 지다보면 '열이 올라' 제 실력을 내지 못하는데 프로 골퍼들은 순위 하나에 돈이 몇 백, 몇 천만원씩 오르락내리락 하니 속이 뒤집어질 수밖에 없다.
평소에는 잘하다가 한 번의 실수로 인해 잘하지 못하는 것처럼 되어버리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부정성 효과(negative effect)라고 한다. 부정성 효과는 원래 인간관계에서 나타나는 효과다. 주위 사람이 나에게 열 번 잘해주다가 한 번 잘못하면 잘해준 것보다 잘못하는 것을 기억하는 현상이라 보면 된다. 하지만 부정성 효과는 관계뿐만 아니라 어느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다.
부정성 효과의 크기는 선수마다 다를 수 있지만 성격이 예민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선수에게는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심할 경우에는 지난 대회에서 벌인 실수를 갑자기 머리에 떠올려서 극도의 불안한 상태를 가진 채로 대회에 임하게 된다. 당연히 이런 상태로는 100% 컨디션으로 대회에 임할 수 없다.
한 골퍼는 "아. 지난주에 실수하는 모습이 중계로 나갔는데 이번에도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모습이 중계되면 어쩌지?" 라는 생각도 든다고 고백할 정도로 부정성 효과에 크게 영향을 받는 선수들이 있다. 본인의 실수를 머리에서 지우기는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각종상황으로 인해 부정성 효과에 걸린(?) 선수들이 시합 중에 마인드 컨트롤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본인의 호흡을 파악하는 것이다. 호흡법은 일종의 명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우리의 '주의'(attention)를 의도적으로 조절하는 것을 의미한다.
간단하게는 현재 내가 어떻게 숨을 쉬고 있는지 관찰하는 방법이 있다. 만약 내가 지난번과 같은 실수를 저지를까봐 불안한 상태에 있다면 불규칙적인 호흡을 하는 상태일 것이다. 이 때, 내가 가장 편안한 상태에 있을 때처럼 차분하게 숨을 내쉬고 들이 마시면 몸은 이완 상태로 변하게 된다. 매순간 하는 게 숨 쉬는 것인데 이런다고 도움이 될 수 있겠냐고? 직접 해보게 되면 본인의 호흡(들이 마시고 내쉬는)을 열 번 이상 지각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호흡을 할 때에도 계속 불안한 생각이 떠오른다면 속으로 들이킬 때 ‘하나’ 내쉴 때 ‘둘’하며 숫자를 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무언가에 깜짝 놀라 호흡이 갑자기 불규칙적으로 변해 원 상태로 돌아오지 않는 증세도 '경기'의 일부에 포함된다. 호흡곤란을 일으키거나, 천식 발작을 일으킬 때, 비닐봉지나 종이봉투를 입에 밀착시키고 숨을 쉬게 하면 심각한 상황이 아닐 경우에는 수 분 이내에 호흡이 원상태로 돌아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의 얼굴 앞에 부풀었다 줄어드는 봉투를 보면서 숨 쉬는 양을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밖에서 크게 놀라서 집에 들어오면 부모가 제일 먼저 하는 행동이 "괜찮아"라며 아이를 진정시키듯이 내가 어떤 실수를 저지르거나 불안한 마음이 생기면 자책이나 실망 보단 스스로 위로를 해주는 것이 먼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본인의 호흡을 알아차려서 진정을 시켜주는 것이 위로하는 방법 중에 제일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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