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30일 목요일

해외 골프여행

연말 바쁜 업무들을 서둘러 정리하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자주 가던 태국 골프장으로 가기 위해서다. 항상 집사람과 동행을 하던 버릇이 있어 그런지 비즈니스 상 동반한 손님들과 같이 여행을 하자니 여러 가지로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래도 일단 비행기 좌석에 앉고 보니 마음이 편했다.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났다는 여유로움이 왠지 자유인이 된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태국 수안나폼 공항에 내려 짐을 찾는데 시간이 한참 걸렸다. 작년 이맘때는 금융위기와 고 환율로 외국 골프 여행을 한 사람들이 얼마 되지 않아 많은 현지 여행사들이나 골프장 운영업체들이 파산하거나 파산 직전까지 가는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그러나 올 들어 경기가 조금 회복되는 듯한 기미가 보이자 정말 많은 골퍼들이 연휴를 맞아 여행을 나선 것 같았다. 너도나도 울긋불긋한 골프가방을 카트에 싣고 줄지어 나서는 얼굴들 모두가 상기된 표정이 역역하다.

참으로 나를 포함한 우리나라 골퍼들은 열성이다. 며칠 동안 공치기 위해 5시간 이상을 비행기 타고 다른 나라로 달려가니 극성이란 표현이 맞는지도 모른다. 해마다 여행을 다니고 있는 나 자신도 살기가 좋아져서 그런지 아니면 정말 한시도 골프 없이는 못살기에 그런 것인지 잘 가늠이 안 된다. 아마도 오랜 기간 골프를 하며 힘든 부킹과 높은 그린피에 한이 맺혀 그 한풀이로 무제한 라운드라는 매력에 빠져 발길을 이곳으로 옮겨놓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나라도 골프장이 그동안 많이 늘었다. 통계의 기준상 이런저런 말이 있지만 2009년 말 370개에서 2010년 개장 예정인 골프장이 57개나 되고 공사 중이거나 인허가가 난 골프장도 130여개나 된다니 정말 머지않아 500여개를 넘어설 전망이라고 한다.

내가 처음 골프를 시작할 때 우리나라 전체 골프장 수가 90개를 넘지 않았다. 그렇기에 수도권 근처 골프장의 이름을 거의 다 외웠고 가보지 않은 골프장 숫자도 손에 꼽을 만큼밖에 되질 않았다. 지금은 가 본 곳보다 못 가본 곳이 더 많은 상황이니 정말 많이 증가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일반 골퍼들은 체감 적으로 골프장이 늘었다는 느낌을 받기에는 조금 이른 듯하다. 그린피는 여전히 비싸고 주말에 부킹을 하려면 이 또한 여의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지방 골프장의 그린피가 수도권 골프장에 비해 다소 싼 것은 사실이지만 상대적으로 비교했을 때 그런 것이지 절대 금액이 저렴한 것은 결코 아니다. 골프장이 많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전체 골퍼의 50% 이상이 몰려있는 수도권에 골프장이 늘어난 것이 아니고 지방 골프장들이 늘었기에 부킹난 또한 여전하다.

그에 비한다면 동남아 지역의 그린피는 사실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것이 없는 듯하다. 정해진 일정 금액만 내면 숙박비와 그린피가 해결되고, 하루 36홀을 하든 54홀을 하든 상관없이 카트비와 캐디피만 내면 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다. 게다가 식당에서부터 골프장에 이르기까지 한국인들이 임대하거나 일부는 직접 소유하여 운영하는 곳이 많다보니 체재하는 동안 불편함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일부 골프장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지정된 부킹시간도 없어 골퍼 들이 자유로움을 맛보는 것도 커다란 장점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많은 골퍼들이 여건만 허락되면 외국 골프를 선호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 처음 엄두 내기가 어려워 그렇지 일단 한번이라도 동남아 골프투어를 가본 사람들은 그곳에 매력을 느껴 자주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금은 경쟁 시대이다. 특별한 매력이 없으면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이 현실이다. 매력이 떨어짐에도 단순히 애국심에 호소하여 외국으로 골프를 치러가는 것을 사치나 호사스러움으로만 치부하고 만다면 본질적인 문제점을 덮는 일일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골프장 모두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도 소비자인 골퍼들이 생각하는 수준의 만족도를 느끼기에는 멀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서 공급이 5%만 초과해도 그 경쟁은 몇 십% 이상을 초래한다고 한다. 어떻게든 골프장들이 이제까지의 고정관념을 버리고 발상의 전환을 할 때가 왔다고 본다. 불필요한 요소는 과감히 버리고 진정으로 골퍼들의 욕구가 무엇인가를 파악해 남들보다 먼저 매력을 갖추어 놓아야만 내외 적 경쟁에서도 분명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정말 국내 골프장들도 골퍼들에게 경쟁력을 갖추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연간 2천6백만 명이나 되도록 성장한 우리 골프장 내장객 수와 같이 과연 골프장의 마케팅이나 고객 서비스도 그만큼 성장하고 있는 것인지 한번쯤 생각해 보고 싶은 마음이다.

이슈가 될 때마다 현실을 도외시한 비교표를 펼쳐들고, 때론 외국으로 나가는 골퍼들의 의식만을 문제 삼으며 대책을 강구하는 척 할 것이 아니다. 가까이 있는 국내 골퍼들의 입장에서 진정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만 같이 성장 할 수 있는가를 찬찬히 헤아려 짚어 갈 때만이 그 해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연말 휴가를 외국 골프장에서 보내고 돌아오며 다음번엔 나 자신부터 골프가방 둘러메고 먼 길을 가지 않도록 우리나라 골프장들도 변해 갔으면 하는 마음이 새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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